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이 유출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쫓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도 있다.
자본유출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면 한국은행에 가해지는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가중된다. 그러나 한은은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처지다.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은 120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큰 부담을 줘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자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1일까지 8거래일째 매도 공세를 펼쳐 우려를 부채질했다.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빼간 돈은 4조원이 넘는다. 환율과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시장은 미국의 금리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미국 금리인상 효과와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이 받을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환율 변동 리스크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에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말 기준으로 3684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초반으로 양호한 편이다. 또 올 10월까지 경상수지도 4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기초여건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튼튼한 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 방지 시스템이 예전보다 상당히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 국내 금리가 신용등급이 유사한 다른 나라보다 높은 점은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등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견실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우리나라는 당장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취약한 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과 대내 건전성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