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조지워싱턴대 초빙교수
한국 경제를 살려내는 길은 2가지 글로벌화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는 인바운드 글로벌화이고 둘째는 아웃바운드 아세안 글로벌화이다. 우선 인바운드 글로벌화는 해외 관광객을 늘려 내수시장을 글로벌화하는 것이다. 저성장 경제에서 어떤 소상공인 정책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동쪽을 지원해주면 서쪽의 소비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이다. 국내 소비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해외 관광객 수를 늘려 국내 소비자를 늘리는 것이다. 그 답은 중국 관광객 유치 성과에 달려 있다.
2014년 우리나라 해외 관광객 수는 1400만명 정도이고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이 600만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중국인의 여권 보유율은 4% 정도 수준이고 오늘날 미국인의 여권 보유율 35%를 고려하면 앞으로 중국인의 해외관광은 가공스러울 만큼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내수시장 활성화의 열쇠도 중국인 관광객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최고의 관광 정책이 최고의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이 될 수 있다.
내년도 경제정책에서 관광객을 2000만명으로 올리고 그중 중국인 관광객을 1000만명으로 목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지표가 있다. 재방문 의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율은 25.7%이고 과거에 비해 뚝 떨어진 수치이다. 이것을 획기적으로 50% 이상으로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 생태계를 재해석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 정부는 기업과 힘을 합쳐 앞으로 15년 안에 연간 외국인 관광객을 300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인을 위한 ‘황금 광광코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둘째 아웃바운드 글로벌화의 답은 대아세안 시장에 있다. 6억3000명의 아세안 시장은 2015~16년 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교역 대상지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게는 아세안 시장이 연 300억달러 흑자를 가져다주는 효자 경제권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가 어려워지는 요즘 내수시장과 중국시장에만 몰입하고, 아세안을 통한 글로벌 시장 개척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편이다. 한국의 대아세안 투자는 2011년을 기점으로 베트남을 제외하고 20% 이상 감소하고 있고, 올해 아세안 수출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자는 배가 고프면 독수리가 어디를 날고 있는가를 본다고 한다. 우리의 경쟁국 일본, 중국은 아세안 시장에 투자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상반기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 시장 수출에서 10%대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고, 이에 비해 한국은 18%의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아세안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다만 한국이 베트남 진출에 상대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올 9월 베트남 수출은 26.9% 성장했다. 이제 베트남 이외 인도네시아나 미얀마에서 제2의 베트남과 같은 투자와 시장개척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에는 정부의 관심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인의 관심이 중요하다.
특히 베트남의 ‘김우중 정신’과 같은 글로벌 기업가정신 회복이 필수적이다. 글로벌화는 모험하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성공 기업가인 방송혁(63) 정신 대표이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지금도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해외 바이어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에 답이 있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 앉아서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영원히 글로벌화가 불가능하고 내수시장이 침체하면 기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1995년 중소기업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율이 60% 정도라는 사실을 국회나 정책당국자 모두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중국은 27%, 일본이 15%, 미국은 14%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