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밀려난 가운데 향후 20달러대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제기돼 조선과 건설, 정유 등 국내 산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례 각료회의는 내년 생산목표에 합의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감산 여부를 놓고 주요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생산목표 합의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2.29달러(5.3%) 내린 배럴당 40.71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도 WTI와 마찬가지로 2009년 2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와 OPEC의 감산 불발 등으로 공급량이 더 늘어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과 국내 산업에 미칠 여파다. 현재 전 세계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하루 200만 배럴로 추정되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이란의 생산량이 내년 3월까지 하루 40만 배럴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OPEC이 산유량 조정에 실패하면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추가로 하락폭을 키운다면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당장 산유국들이 저유가 때문에 재정수입에 타격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의 조선과 건설 등의 해외 현지 수주가 감소할 수 있다.
또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한 돈으로 전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이 회수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도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까지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수 있어 저유가 문제는 산유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 고조가 국내 석유·조선·철강·기계 등 관련 수출 경기 회복 시점을 지연시킬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