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리더십 상실한 사우디, 페그제 폐지 기로

입력 2015-12-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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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세로 인해 그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 역할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리더십 위기는 물론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페그제지 폐지의 기로에 놓였다.

7일(현지시간) CNBC는 유가 급락세로 인해 사우디 경제와 정책 등 전방위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리얄화 환율을 달러에 연동시킨 페그제 폐지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 4일 열린 OPEC 석유장관 회동에 쏠렸었다. 그러나 감산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면서 사실상 향후 유가 하락세와 함께 사우디의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받게 됐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이 무너진 가운데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저유가 상황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사우디의 재정이 5년 안에 바닥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리얄화를 고정환율제가 아닌 자유환율제도로 돌리면서 경제 하방 압력 완화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두고 ‘블랙 스완’이라고 평가했다. 블랙스완은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한 번 발생하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뜻한다. 즉 사우디가 페그제를 폐지하게 되면 원유 시장은 급락세에 이어 또 한 번 거센 충격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지난 30년간 달러당 3.75리얄(1158원)로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를 사용해 왔다. 이 때문에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고정환율제가 사우디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사우디가 리얄화 환율을 달러에 연동시킨 페그제를 폐지하게 되면 리얄화 가치가 절하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사우디는 현재 석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로 받고 있는데 리얄화가 절하되면 환차손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BoA-메릴린치는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에는 페그제 폐지와 감산이라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으며 이에 사우디는 감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 마저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페그제 폐지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웰스파고의 폴 크리스토퍼 글로벌 마켓 수석 전략가는 “페그제 폐지로 인한 무질서한 (리얄화) 평가 절하는 오히려 유가 하락 상황에서 하방 압력 요소가 될 수 있다고”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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