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 유가하락 시장이 해결하라고 떠넘겨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글로벌 원유시장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OPEC은 구체적인 산유량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유가하락 문제를 시장이 해결하라고 떠넘긴 상태가 됐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날 OPEC 총회에서는 산유량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를 내년 6월로 연기했다. 회의를 주재한 나이지리아의 엠마누엘 이베 카치쿠우 석유장관은 “OPEC 회원국은 하루 약 31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OPEC 산유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OPEC은 감산을 단행해 저유가에 제동을 거는 노력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WSJ는 전했다. 산유량 목표 설정만으로 실질적으로 감산을 실현해온 OPEC이 시장에 유가 하락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것은 놀라울 정도의 태도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OPEC이 더 이상 카르텔이 되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은 원유시장 수급이 자연스럽게 개선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더 가혹한 현실이 OPEC을 기다리고 있다고 WJS는 내다봤다. 대이란 제재 조치가 해제되면 내년 초 하루 5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국제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하루 70만 배럴의 과잉공급이 일어나게 된다.
과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적절한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산유량을 조절해 왔다. 그러나 현재 이란의 불확실한 원유 생산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근본적인 문제, 즉 미국 셰일유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1970년대 OPEC은 금수 조치를 발동해 유가 4배 상승을 이끄는 등 영향력이 가장 막강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으로, 셰일층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했다. OPEC은 석유라는 유일한 무기로 자신의 발을 쏜 셈이다.
주요소에서 기름을 받기 위해 줄을 서던 시대는 지났다. OPEC은 공포스런 대상에서 무력한 존재로 전락했다. 현재 유가를 좌우하는 핵심 장소는 미국 노스다코타의 정유단지, 이란 협상 테이블, 중국의 공장 등이지 OPEC 회의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호텔이 아니라고 신문은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