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추정 서해대교 화재 미스터리…피뢰침 제 기능 못했나?

입력 2015-12-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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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낙뢰방호 새 기준 도입 이전에 준공, 1960년대 일본 낙뢰 기준 맞춰 건설

서해대교 화재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등으로 구성된 서해대교 사고 합동감식반이 4일 오전 충남 당진시 서해대교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대교 화재로 인해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도로공사와 경찰 등 합동감식팀이 정밀진단에 진행 중이다. 사고 원인으로 낙뢰가 추정되는 가운데 서해대교 주탑의 피뢰 기능 정상작동 여부와 기준 도입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서해대교 낙뢰방호 기준은 1960년대 일본 기준을 따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로공사는 낙뢰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사상한 서해대교에 대한 안전점검으로 서평택IC∼송악IC 양방향 13㎞ 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도로공사는 전날 화재 이후 이날 오전까지 건설기술연구원 등 8개 기관과 1차 안전점검에 착수했다. 불이 난 목포방면 2번 주탑에 연결된 케이블 1개가 끊어지고 2개가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 화재로 인한 파손이 총 3개인 셈이다.

도로공사는 오전 10시 2차 안전점검을 진행한 뒤 이날 안으로 통행 재개 여부와 시점을 확정할 방침이다.

사고 당시 번쩍하는 불빛을 봤다는 도로공사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관계당국은 낙뢰로 인한 화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낙뢰를 피하는 피뢰(避雷) 설비의 정상설치 및 낙뢰방호 설비의 효과 여부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주탑 높이만 180m에 이르는 서해대교는 낙뢰방호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 강화된 낙뢰 설비 기준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낙뢰방어설비 기준은 1970년대초 일본의 기준을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고층 건축물이 등장하고 지역에 따라 층고 및 고도제한 등이 완화되면서 초고층 건물이 빠르게 증가했다.

2002년 당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이같은 고층 건물 증가에 맞춰 일본 기술에 의존했던 낙뢰방호 설비 기준을 새롭게 도입했다.

토목전문가에 따르면 "(2002년에 도입된)새 기준은 번개로 인한 인명과 건축물, 가전기기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제전기위원회가 제시한 국제규격에 맞는 낙뢰 방호 설비 기준을 도입했다"며 "이 기준은 하나의 커다란 피뢰침 하나를 건축물 꼭대기에 두는 대신, 피뢰 범위를 좁히되 높이별로 여러 개의 피뢰침을 두도록 했다"고 말했다.

즉 꼭대기 1개의 피뢰침에 의존하기보다 건물 및 건축물 외벽에 높이(각 20m 마다)별로 피뢰침을 별도로 추가해야한다는 규정이다.

건물 꼭대기에는 피뢰침을 두고 그 외 건물 외벽에는 환도체로된 낙뢰설비를 추가해 건물 옥상 뿐 아니라 외벽에 번개를 맞아도 이를 방호할 수 있도록한 규정이다.

2002년 도입한 산자부 규격에 따라 건물 외벽에도 환도체 기능의 피뢰침을 추가로 더해야 낙뢰 방호 범위를 넓힐 수 있고 더 효과적이라는게 토목전문가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이번 서해대교 사고에서 발생한 주탑과 교량 상판을 연결하는 케이블에는 별도의 환도체 설비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해대교는 1993년 착공해 2000년 11월 개통됐다. 산자부가 낙뢰방호 설비 기준을 새롭게 도입한 2002년 이전에 준공된 만큼 1970년대 구식 피뢰침 설비 기준을 그대로 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토목전문가는 "새로운 낙뢰방호 설비 기준은 일반 건축물에 관한 기준이다. 서해대교와 같은 대형 교량은 일반 건축물과 별도로 구분돼 낙뢰설비 기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주탑과 상판을 연결하는 케이블에 이런 설비를 갖추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통상 케이블이 2개까지는 손상되도 교각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는데 이번 사고로 3개가 손상돼 현재 정밀진단을 벌이고 있다"며 "통행 재개가 언제될지는 2차 점검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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