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현대차 노조의 길(道)

입력 2015-12-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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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산업1부 차장대우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가 심상치 않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다시 강경 성향의 박유기 후보를 선택함에 따라 벌써부터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을 정조준한 현대차가 강성 노조라는 짐을 안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올 한 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국내에서는 FTA 효과를 활용한 수입차 업체의 가격 공세가 일부의 반(反) 현대차 정서와 맞물리며 위기감이 현실화됐다. 해외에서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저가 공세에 운행이 막혔고, 엔저를 업은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는 현대차가 2016년을 본격적인 질적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배경이다.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만들어 벤츠, BMW, 렉서스 등이 경쟁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 도전하는 진짜 이유는 일본 자동차 때문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은 이미 30년 전에 미국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당시 렉서스 프로젝트를 시작해 도요타는 현재 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네 번째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렉서스 브랜드 효과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 상승 효과까지 이끌어 도요타를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순이익 순위에서 1위로 올렸다.

현대차 역시 도요타 사례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에 있어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면서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당장 내년부터 노조와의 관계에서 거센 풍랑을 예고하고 있다. 도요타의 친경영 노사관계가 부러울 따름이다. 물론 도요타의 친경영 노사관계가 안착되기까지 큰 진통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1950년대 75일간의 장기 파업 결과, 경영진과 노조 모두 피해를 입었다. 결국 전투적 노조연합체였던 전일본자동차산별노조에서 탈퇴한 뒤 올해까지 53년간 무(無)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도요타노동조합연합회 정기총회장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27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에도 “경영환경을 고려해 (임금) 협상할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됐다. 2년 연속 기본급이 올랐기 때문에 내년에 반드시 임금이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었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1인당 연평균 임금은 9234만원이다. 도요타를 뒤로하고도 해외 유수 자동차 회사들을 추월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새 노조위원장인 박유기 당선인은 핵심 공약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와 상여금 800% 인상(현 750%), 단계적 정년 연장 등을 제시했다. 또 올 임단협의 연내 타결과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2016년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조기 안착을 위해 현대차의 전사적인 전략이 집중돼야 할 시기다. 걸핏하면 머리띠 두르고 작업장을 비우는 노조도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현대차가 고급차 반열에 오르느냐, 아니면 저가 대중차로 주저앉느냐는 고객의 결정에 앞서 노사(勞使)의 합심(合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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