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상생기금 10년간 1조 조성…청년희망펀드 등 부담 점차 커져
재계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환영하면서도 향후 민간기업 기부금으로 채워야 하는 농어촌 상생기금 조성 방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준조세’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상생기금이 제 역할을 해낼지도 의문인 데다 앞서 청년희망펀드 등 툭하면 기업들로부터 준조세 성격의 기금을 조성해 부담과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협상 타결 1년여 만인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야당이 FTA 비준안 처리 전제조건으로 조건으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내걸었다. 무역에서 이득을 본 기업의 이윤을 강제로 환수해 FTA로 피해를 본 농어민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마련해 농어촌 상생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원은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과 정부의 부족분 충당이다. 애초 논의됐던 무역이익공유제(FTA 이익을 떼 농어업을 지원하는 제도)보다는 완화된 안이지만 재계는 사실상의 준조세가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조원 규모 농어촌 지원 상생기금을 놓고 우려를 표명했다. 경총은 이날 “한·중 FTA 체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기업들이 조성한 상생기금이 농어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행됨으로써 준조세라는 부정적 반응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FTA 체결로 어느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얻을지 모르는데도 상생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결국 재계 서열에 따라 돈을 각출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앞서 청년희망펀드 등에 기부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자며 먼저 돈을 냈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돌아왔다. 특히 해당 기금은 기업 명의가 아니라 총수와 임원 개인 명의로 기부됐다.
먼저 삼성그룹이 10월 22일 이건희 회장 명의로 200억원을 기부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사흘 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0억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LG와 SK, 롯데가 100억원씩 내는 등 기부가 이어져 재계가 각출한 기부금 규모는 1200억원에 달한다.
한편 무역협회,ㆍ전경련ㆍ대한상의ㆍ중기중앙회 등 경제 4단체와 업종별 단체 등으로 구성된 FTA 민간대책위원회는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여야정 협의체가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 추진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