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가격 13년 만에 최저 수준…관련 기업 부도 잇따라

입력 2015-11-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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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디폴트 기업 중 원자재 비중 44% 달해…연준 금리인상에 상황 더 악화할 듯

▲로이터 코어 원자재 CRB지수 추이. 25일 185.7. 출처 블룸버그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관련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26일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을 종합한 ‘로이터 코어 원자재 CRB지수’는 지난 23일 183.4로, 지난 200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CRB지수는 올 들어 약 20% 하락했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에 비해서는 61% 떨어졌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지난주 배럴당 40.39달러까지 떨어져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리와 니켈 등 금속 가격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3일 구리 3개월물 가격은 t당 4490달러로, 지난 200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4500달러를 밑돌았다. 니켈 가격도 t당 8300달러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글로벌 철강 가격은 연초 대비 35% 빠졌으며 건축자재인 열연코일 국제 가격은 현재 t당 300달러 안팎으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원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둔화와 전반적인 공급과잉 상황이 원자재 가격 하락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원유가 가장 공급과잉이 심각한 원자재라고 지적했다. 유가는 지난해 6월 정점 이후 지금까지 60% 빠졌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여전히 글로벌 원유 재고가 30억 배럴에 육박해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원자재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 신용평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올 들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99곳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허덕였던 2009년의 222곳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원자재 기업은 40곳으로, 기업명을 알 수 없는 7곳을 제외하면 전체의 44%에 달했다. 또 원자재 기업 가운데 미국이 22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국제유가 하락에 셰일유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상황이 악화하는 것.

또 많은 원자재 관련 기업이 신용등급 강등을 당하는 등 신용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S&P캐피털IQ에 따르면 S&P가 올해 신용등급을 강등한 전 세계 원자재 기업은 155곳으로,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의 86곳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S&P는 전날 아시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노블그룹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다음 달 9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화 강세로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기업들은 금리가 오르면서 채무상환과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준 금리인상 전망으로 올 들어 달러화 가치는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약 9%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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