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금융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실명제를 도입한 선진국을 둘러본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떠난 것으로 위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천의 한 아파트에서 비밀리에 금융실명제 작업을 진행했다.
가명과 차명을 쓴 금융거래가 각종 비리·부패 사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던 차였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담화문에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고는 이 땅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고, 정치와 경제의 검은 유착을 근원적으로 단절할 수 없다"고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한가지 물어봅시다. 통상마찰이라는 게 도대체 뭐요” = 1993년 3월 어느 날 오전 청와대 집무실. 약 30분간 통상현안을 보고하던 당시 경제부처 A국장은 보고를 마칠 무렵 YS의 느닷없는 질문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민주화 투사의 이미지가 강한 YS는 정치 분야에서는 탁월한 동물적 감각을 지녔지만 경제부문에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 관료를 지냈던 대부분은 경제를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재경부 고위관료를 지냈던 퇴직 관료는 “김 전 대통령은 경제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경제하면 으레 정경유착, 특혜시비, 부정·부패 등의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비서관을 지냈던 한 경제 관료는 당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모든 경제문제를 정치적 시각으로 판단하는 스타일이었다. 금융실명제도 경제제도로 보기보다는 ‘검은 돈 캐내기’ 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했다.
이어 “골프를 못 치게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는 골프장을 검은 돈의 거래가 이뤄지는 정경유착의 현장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 =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신경제계획 민간위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정부는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세법을 포함해 관련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에 관해 국민의 의식을 바로 잡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부동산을 가지고 돈을 쉽게 번다면 아무도 기술개발과 수출 산업에 투자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부동산 소유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해 철저히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