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빨간불…'좀비기업' 늘고 제조업 매출 첫 감소

입력 2015-11-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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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연체율 상승 속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

"美 금리인상 본격화 전 신속한 구조조정 필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이 사상 처음 감소세로 보이고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 규모는 외환위기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월설'이 유력한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국내 금리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를 것으로 예상돼 빚 많은 기업은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부실 기업들이 외부 충격으로 한꺼번에 휘청이게 되면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3천개 넘어…위기 전단계 우려

기업의 위기상황은 지표에서 잘 나타난다.

매출은 뒷걸음질하고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을 수 없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출은 증가하는데 대기업 등의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작년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6%였다. 제조업 매출 감소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 하락, 스마트폰 매출 감소가 큰 원인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해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늘어났다.

한은의 분류에 따르면 좀비기업 수는 2009년 2천698개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로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1분기 현재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 중 34.9%를 좀비기업으로 분류했다. 2010년 좀비기업 비율은 24.7%였다.

올 상반기에 감소세였던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 9월까지 월별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폭도 커졌다.

대기업 대출의 월별 증가액은 7월 1천억원, 8월 5천억원, 9월 1조3천억원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 증가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현재 영업 상황이 좋지 않고 당분간 업황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의 대출에 대한 대기업의 9월 말 연체율은 1.00%로 전월 말보다 0.04%포인트 내려갔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10%포인트 상승했다.

일부 구조조정 기업의 연체 영향이 컸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매출 부진 등으로 신용등급 하락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5개(부도 1개 포함)다. 1998년 외환위기(61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삼성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위기에 진입했거나 위기 전 단계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했다.'

◇ 금리 상승 본격화 전에 좀비기업 정리해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내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 놓았다.

현재 제로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시차를 두고 한국의 금리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저금리 상황에서 빚에 의존해 온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뿐만 아니라 중국과 신흥국 등 세계경기 둔화, 수출 부진 심화, 엔저, 저유가 등 기업의 외부환경이 좋지 않다.

또 이들 변수가 내년 이후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경영여건이 이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 연체율이 높아지면 은행은 기업대출을 줄이게 된다.

기업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시장도 좋지 않아 기업의 자금조달은 어려워지고 우량기업마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당국도 이런 점을 우려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서둘러 부실기업을 솎아내 정리한다는 구조조정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정책 당국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도 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창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늦은 감이 있지만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찔끔찔끔하면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돈만 낭비할 수 있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정부는 우선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를 앞세운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유암코는 새롭게 체제를 개편한 후 첫 구조조정을 추진할 1호 기업을 이달 중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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