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현역병 입영 정원을 2만명 늘리기로 했습니다. 군인을 더 뽑겠다는 얘기죠. 입대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함인데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부모로부터 태어난 1991~1995년생 남자가 다른 해 출생자보다 많았기 때문이죠. 지난해 20세 남자가 38만명에 달했다고 하네요. 역대 최대입니다.
단순히 대상이 늘었다고 정원을 확대하는 건 아닙니다. 입영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병무청에는 ‘제발 군대 좀 보내 달라’는 민원이 한 달에 3만건씩 접수된다고 합니다. “통지서 안 보내면 병무청을 폭파하겠다”란 협박부터 “학력에 관한 입영기준을 바꿔 달라”는 읍소까지 다양합니다. 병무청은 이 같은 입영 희망자가 2만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군대가 언제부터 가고 싶은 곳이었지’란 생각에 갸우뚱하실 겁니다.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멀쩡한 어깨를 탈골 시키고, ‘귀신이 보인다’며 미친 척 하는 뉴스가 아직은 더 와 닿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갑자기 변한 이유가 뭘까요. 버티기 힘들어서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22.4%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9.7%)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졸업은 다가오고, 나이는 먹어 가는데, 일자리는 점점 더 구하기 어려워지니 ‘일단 군대부터 가고 보자’란 생각을 하는 겁니다.
사실 우리 청년들, 아직은 군대가 무섭습니다. 군대를 검색어로 치면 ‘면제조건’, ‘3급 공익’이 연관 검색어로 뜨죠. 이 때문에 돈 있고, 빽 있는 일부 ‘금수저’들은 군대 안 갑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에 따르면 행정부와 사법부의 현직 고위 공직자 아들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얻어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사람이 18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병역은 국민의 의무입니다. 싫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러나 젊은이들이 취업 대피소로 어쩔 수 없이 군대를 택한 거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아니, 달라져야 합니다. 흙수저는 가야 하고 금수저는 안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군대 가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뉴스에 흐뭇하셨나요? ‘군대에 가야 철들지’라고 생각하셨죠. 젊은이들이 흘리는 눈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