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이 발행한 채권이 대거 만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신흥시장이 또다시 위험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들이 지난 5년간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규모는 1조2000억 달러(약 1143조원)에 이른다. 지난 5년 중 4년간 주식 등 대부분 자산에서 신흥시장 수익률이 선진국보다 부진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한 영향이다.
바누 바웨자 UBS 신흥시장 자산전략부문 대표는 FT에 기고한 칼럼에서 “1990년대와 다르게 요즘 신흥시장 투자는 채권 투자로, 경제 성장세에 대한 베팅이 아닌 정부의 재정상태에 대한 베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웨자 대표가 차입과 외부변수, 재정안정, 지배구조 위험 측면에서 신흥시장의 재정상태를 분석한 결과, 10년 만에 최악의 상태에 직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의 거시경제의 리스크가 1997년이나 2002년,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극심하지는 않지만 불길한 징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웨자 대표는 신흥국의 성장세가 조금만 부진해도 불과 3년 안에 이들 시장이 1997~2002년 외환위기처럼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흥국들이 지난 4년간 엄청난 규모로 채권 발행을 해온 터라 위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경고도 덧붙였다.
신흥국에서 만기가 다가오는 외화표시할인채권은 올해 3450억 달러에서 내년 5550억 달러로 늘어나며 2017~2019년에는 평균 4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신흥국들은 여전히 국채발행을 통해 차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가파르게 꺾였기 때문이다.
이에 바웨자 대표는 “신흥시장은 개혁을 통해 신용상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신흥시장의 외화채권은 신흥국의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강한 압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