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6.9%로 6년 반만에 최저치… 제조업 부진에 신흥국 직격탄·선진국도 동요
중국 경제가 두 자리의 고속 성장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6%대로 떨어지며 중속 성장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현지시간)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수치는 시장의 전망인 6.8%를 웃돌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으로 7%선이 붕괴했다. 또한 수치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성장률 7%’는 중국 정부가 고용 등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목표로 정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과 투자 침체가 계속되면서 중국 경제에 세계가 좌지우지되는 ‘중국 리스크’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0% 급감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5.9% 떨어져 디플레이션 상태를 지속하는 등 수요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또 중국 경제를 그동안 견인해온 대형 제조업체의 부진도 심각하다. 지난달 중국 내 승용차의 하루 생산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줄었다. 설비과잉 문제에 허덕이는 철강과 시멘트 생산량도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기업 생산활동을 반영하는 전력생산 규모도 지난 9월에 3.1% 감소해 8월의 1% 증가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5.7% 증가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둔화했다.
올해 중국 생산활동의 부진은 신흥국에 직격탄이 된 것은 물론 선진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신흥국은 중국발 경기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자본유출이 심화하는 등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주요 30개 신흥국의 자본 순유출 규모는 5400억 달러(약 605조원7700억원)로 예상된다.
그동안 견실한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강달러 부작용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0.1%에 그쳐 시장 전망인 0.2%를 밑돌았다.
일본도 침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일본 최대의 철강사인 신닛테쓰스미킨(신일철주금)의 신도 다카오 사장은 “해외 철강수요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라며 “중국의 성장 둔화가 신흥국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보다 10.9% 증가해 전월의 10.8%와 같을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웃돌며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제조업과 투자 등 다른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중국 경제의 또다른 견인차 역할을 하던 고정자산 투자(농촌 제외)는 올 들어 9월까지 증가율이 10.3%로,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개발 투자도 1~9월에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로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급속히 경기가 악화하면 실업자가 늘어나 공산당 지배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조만간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