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갈수록 신중론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달러 강세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옥죌 것이라는 우려도 일조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미국 기업들의 2015 회계연도 3분기(7~9월)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지난 9일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OO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하며 금융 위기였던 2009년 3분기(-15.5%)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분기(-0.7%)에 이어 3분기에도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2009년(2분기와 3분기) 이래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이 연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매분기 어닝시즌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알코아가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미국 알루미늄업체 알코아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전년 동기보다 10.7% 감소한 55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7센트로 집계됐다. 각각 전문가 추정치인 56억6000만달러와 13센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음료업체인 펩시는 6일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5억33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매출도 전년보다 5% 줄었다. 펩시는 해외 사업에서의 손실이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보다는 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악화가 매출을 직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세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이달 1일 발표된 9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제조업 체감 경기 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해 2013년 5월 이후 2년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5일 발표된 ISM 비제조업 체감 경기 지수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용의 유동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실적 악화가 감원의 주된 요인이 된다. 7일 세계 최대의 종자기업인 몬산토는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3분기 어닝 시즌에 맞춰 감원이 잇따를 경우 향후 미국 고용지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처럼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 증가폭을 20만 명 안팎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인상의 조건으로 제시한 ‘고용시장의 개선’은 한층 요원해진다. 그 원인이 달러 강세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일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을 높이는 금리인상을 정당화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 기회를 완전히 놓쳤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에는 인텔, 16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21일에는 보잉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