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개인이동수단 혁명 제2막] ①세그웨이 실패 딛고 속도내는 ‘제2의 발’

입력 2015-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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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애매한 주행거리·위험성 대중화에 실패…최근 저가제품·산업용 기기 부활 시동

1인용 전동 스쿠터 ‘세그웨이’의 혁명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많은 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유사 기기를 선보이면서 개인 이동수단의 제2막이 열리고 있다.

발명가 딘 카멘이 지난 2001년 12월 ‘개인 이동수단’의 효시인 세그웨이를 공개했을 때 세상은 흥분했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는 “세그웨이가 PC처럼 크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며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도 “도시 설계 방식을 바꿀 혁명적인 제품”이라고 극찬했다. 카멘은 “세그웨이는 세계에서 10억 달러(약 1조1940억원) 매출을 가장 빨리 달성하는 회사가 될 것이며 출시 1년 만에 연 50만 대 판매를 달성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세그웨이는 중고 자동차와 맞먹는 높은 가격, 애매한 주행성(사람 걷는 속도보다는 빠르지만 자전거와 자동차보다는 느린 점) 등으로 예상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세그웨이를 타다가 넘어지고 2010년에는 세그웨이를 인수했던 영국 사업가 제임스 헤셀든이 자신이 몰던 세그웨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등 각종 유명 인사의 사고도 세그웨이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200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판매가 10만 대에 그쳤으며 지난 4월에는 중국 나인봇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세그웨이는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기를 이용해 친환경적이며 자동차와 달리 주차 걱정 없이 어떤 곳이든 운행할 수 있다는 도시형 개인 이동수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것이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개인 이동수단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개인 이동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중국 기업들이다. 세그웨이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일반 소비자의 마음을 돌린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개인 이동수단 시장점유율 상위 5개사 중 4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개인 이동수단도 점점 다양해지고 개성 있게 발전하고 있다. 나인봇은 바퀴가 하나인 전동 휠로 인기를 얻었다. 일본 혼다가 개발한 ‘유니커브’(Uni-Cub)는 의자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미국 킥보드 전문회사인 인벤티스트는 지난해 스케이트보드 형태로 휴대가 간편한 ‘호버트랙스(hovertrax)’를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이동수단에 대해 단순히 놀이기구나 자전거의 대체재가 아닌 산업용으로서의 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재고창고와 물류센터 공장 등 근로자들이 많이 이동해야 하지만 도보 외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는 곳에 개인 이동수단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고객을 상대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하는 부담도 없다.

순찰과 경비 같은 공공 용도, 또 관광객 유치 등에도 개인 이동수단의 효용은 크다는 평가다. 중국 베이징의 톄안먼 광장에서는 세그웨이를 탄 공안(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의 골프장인 아시아도리데컨트리클럽은 세그웨이를 100대 도입하고 나서 골프도 하고 세그웨이라는 색다른 경험도 즐기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세그웨이재팬의 오오츠카 히로시 사장은 “대중 자동차의 역사가 100년을 넘지만 개인 이동수단은 십수년에 불과하다”며 “이 분야는 이제 제2막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 개인 이동수단 (personal mobility device)

전기에너지로 구동되는 1인승 또는 2인승 이동수단을 뜻한다. 두 개 바퀴에 균형 센서가 달린 세그웨이가 대표적이다. 바퀴가 하나인 것, 스케이트보드처럼 생긴 것, 노트북 모양 등 현재 다양한 종류의 개인 이동수단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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