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대표기업 의존도’ 세계 최고

입력 2015-09-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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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작년 매출액 1959억 달러로 GDP 13.83%…영국 BP 12.01%·러 가스프롬 7.97% 뒤이어

한국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주요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나라의 국가대표 기업의 매출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본 결과다.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기업 의존도가 심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959억2000만 달러(약 223조9000억원)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액(GDP)인 1조4169억 달러(1691조원)의 13.83%에 달했다. 이는 GDP가 1조 달러 이상인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 내 부가가치의 합인 GDP와 기업의 총 판매액을 뜻하는 매출액은 개념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특정 국가가 특정 기업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국의 BP 매출액(직전 회계연도 기준)은 3535억7000만 달러로 GDP(2조9451억 달러)의 12.01%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 대표기업인 가스프롬이 GDP 대비 매출액 비율 7.97%로 3위였고, 이탈리아 엑소르(7.56%), 프랑스 토탈(7.45%)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홍역을 치르는 독일의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경우는 지난해 독일 GDP 총액(3조8595억 달러)의 6.97%에 해당하는 2689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6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국가들 중 스페인 방코 산탄데르(6.83%), 브라질 페트로브라스(6.10%), 일본 도요타(5.39%), 멕시코 아메리카 모빌(4.97%), 중국 시노펙(4.35%)은 7%를 넘지 않았다. 호주 웨스파머(3.82%)와 인도의 인도석유(3.59%), 미국 월마트(2.79%), 캐나다 매뉴라이프(2.69%)의 매출액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삼성전자라는 특정 대기업이 국가 GDP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율은 한국과 GDP 규모가 비슷한 호주, 스페인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GDP와의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1개 기업의 매출액이 한 나라 GDP의 14%에 달하는 것은 한국에서 특정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실제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창출한 부가가치 총액(2013년)은 140조2000억원으로 GDP의 10% 수준에 달했다. 이들 4대 그룹을 뺀 나머지 500대 기업의 부가가치 총액은 전년보다 13.5%나 감소해 4대 그룹 의존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매출 집중도도 국내 총수요 기준으로 2003년 13.1%에서 2012년 24.5%로 상승했다.

문제는 나라 경제가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기업이 흔들릴 때 경제가 받는 충격도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노키아의 몰락에 핀란드 경제가 휘청거린 사례나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는 것을 한국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는 증거”라며 “현재 두 기업 모두 후발 중국 업체에 위협받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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