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지난번 칼럼에서 프로축구가 프로야구에 비해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남성 중심형 스포츠인 축구의 내재적 특징과 함께, 응원이나 이벤트와 같은 ‘비게임 요소의 게임화 부재’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 칼럼에서는 그 두 번째 이유로 미디어적 요소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축구는 하프타임을 제외하곤 90분 동안 쉴 새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미디어의 개입이 어렵다. 따라서 내재적 특성상 ‘미디어 친화적(media-friendly)’인 스포츠가 근본적으로 될 수 없다. 반면 야구는 매 이닝마다 휴식을 통한 미디어의 간섭이 광고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개인이 클로즈업되면서 수많은 스폰서가 노출된다. 당연히 미디어 친화성과 미디어적 가치는 매우 높다.
물론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 해당 스포츠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프로야구의 경우 모든 경기가 스포츠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것은 물론, 지상파에서도 함께 중계될 때도 많다. 프로축구의 경우 지상파 중계가 매우 제한되어 있어 합리적인 비교가 쉽지 않지만, 올해 프로축구의 지상파 시청률은 프로야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경기가 중계되고 각종 리뷰 프로그램까지 방송되며, 우천시 재방송까지 하는 프로야구의 케이블방송 시청률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프로야구가 프로축구보다 2배 정도 높게 나오는 편이지만, 인기 구단과 비인기 구단 간의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실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실제로 시청률을 카운트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의 중계도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에서 야구는 항상 방송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야구에 친숙하다. 그러고는 ‘정말 야구가 대세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어느새 머릿속에 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야구다.
따라서 프로야구가 프로축구보다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중계권이 고가로 판매되고 더 많이 중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미디어적 가치를 극대화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킨 후, 노출 증대를 통해 인기를 확산해 가는 전략이 보다 더 적합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명확하다. ‘어떻게 하면 프로축구를 프로야구와 같은 미디어 친화적인 스포츠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프로축구를 다양한 미디어에 보다 더 많이 노출시킬 수 있을 것인가?’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프로축구의 경쟁자가 프로야구가 아니라 문화, 놀이, 게임 및 여가활동인 현 상황에서, 프로축구연맹은 시장의 요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방송사의 중계 외면과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한 푸념은 더 이상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자각해야 한다.
프로축구의 미디어 노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친미디어성이 약한 축구의 특성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극단적인 예지만, 축구를 45분 전·후반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25분 4쿼터제나 30분 전·중·후반제 등으로 의도적으로 변경한다면 미디어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FIFA의 승인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국내외적으로 해결할 부분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 미국의 MLS(미국프로축구)도 페널티 슛아웃이라는 변형된 제도를 사용했던 적이 있는 만큼, 프로축구연맹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지 이 정도 수준의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상품에 해당하는 게임 자체의 ‘내재적 특성’을 바꿀 수 없다면, 중계에 해당하는 ‘딜리버리(delivery)’의 문제를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프로축구연맹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구단 자체의 인터넷 중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또한 1인 미디어인 스마트폰과 SNS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작해 소비자가 직접 축구 중계방송을 만드는 등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도 얼마든지 있다. 축구의 미디어화와 비게임요소의 게임화가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