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스쿨]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원장 “취약계층 법률가 되는 길, 사시보다 로스쿨에 있다”

입력 2015-09-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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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오수근 원장은 시험에 매몰된 법률가가 아닌, 다양한 경험을 지닌 법률가를 길러내야 결국 우리나라 법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봤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사법시험이 아닌 로스쿨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쿨이 더 많은 변호사를 배출해야 할까.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야 법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시험을 통해서 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필기시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 다양한 역량을 갖춘 사람 대신 ‘시험 선수’만 법률가가 된다. 충분한 인원의 변호사를 배출해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이들이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로스쿨 3년이 법률가를 양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법률가 양성에 걸리는 시간은 3~5년이다. 영국이나 독일과 달리 한국은 고등학교 때 충분한 인문·교양 교육을 받지 못한다. 이런 학생들이 학부에서 법학공부를 하고 사시(사법시험)를 보면 결국 답안 외우기에 그친다. 자신의 전공을 충분히 공부하고 그후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조건부 한시적 사시 존치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숫자나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사시의 폐해는 일찌감치 논의됐다. 사시 때문에 서울대 문과 쪽 학부 교육은 황폐화됐다. 이런 사회적 낭비는 없어져야 한다. 이미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끝났다. 법조인은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성이 필요하다. 그간 공부 잘하는 문과 학생들은 모두 사시에 몰렸다. 그런데 이들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가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추론이나 의사소통 없이 암기공부만 하다 보니 실망스런 결과를 제공한다. 교육을 통해 단계적으로 전문성을 다져야 한다.”

△‘로스쿨=금수저’란 편견이 여전히 팽배하다.

“금수저가 아닌 대다수 학생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인격살인이나 다름없다. 우리만 해도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가정의 학생들이 정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적으로는 그간 사회적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 중 344명이 변호사가 됐다. 1년에 80명꼴이다. 그 절반이라도 사시에서 취약계층이 합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화여대 로스쿨은 어떤 곳인가.

“재학생들의 학업 배경을 다채롭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사회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 학생들도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학생들 사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경쟁은 치열하지만, 알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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