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많고 많은 일본의 성씨 중에서 아베는 영 기분이 좋지 않다. 한자가 다른 걸 몰라서 그러는지 아베 총리가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1875~1953)의 손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했다는 말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일본은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선인이 제정신을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 더 걸릴 것이다.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는 거 말이다.
이건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인데, 요즘도 “한국인이면 누구나 읽어야 한다”며 카톡으로, 문자로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다. 경각심을 갖는 건 좋지만 사실이 아닌 건 조작이다. 일본엔 축구선수 아베 노부유키(31)도 있다. 그는 阿部伸行(아부신행)이라고 쓰는데, 이러다가 그 사람과 아베 총리를 엮어 말을 만드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 신문학 개척기에 모리 오가이(森 鷗外·1862∼1922)라는 작가가 있었다. 도쿄대 의학부를 나온 그는 군의관일 때 독일 유학을 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동·서양의 조화를 지향했다는 그의 소설에 1641년부터 1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아베일족(阿部一族)’이 있다.
주군이 죽으면 따라 죽는 게 사무라이의 명예요 의무이던 시대다. 그러려면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최측근인데도 주군의 허락을 받지 못한 아베 야이치우에몬(阿部彌一右衛門)은 주군이 죽은 뒤 비겁하게 살아남았다는 비난을 받는다. 괴로워하던 그는 아들 다섯을 모아놓고 배를 가른다. 젊은 주군은 아베의 위패를 허락받은 순사자(殉死者) 18명과 함께 놓게 했다.
사무라이에게 순사는 아주 중요한 전통이다. 1970년에 할복한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도 군국주의 부활을 위해 순사한 사람이다. 아베 총리의 몸에도 사무라이와 군국의 피가 흐른다. 그의 뿌리는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야마구치(山口)현, 옛 조슈(長州)번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고조부가 이곳 출신 정치인이며 총리를 지낸 외할아버지(기시 노부스케), 그의 동생인 종조부(사토 에이사쿠)도 같다. 또 다른 ‘아베 일족’이다. 아베도 뭔가에 혼이 빠져 순사로 치닫는 것처럼 보인다.
1년쯤 전에 중국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랐다. “하느님은 하늘나라에 대통령이 없어 넬슨 만델라를 데려가셨고, 휴대폰이 없어 스티브 잡스를 데려가셨고, 댄스 파트너가 필요해 마이클 잭슨을 데려가셨다. 하느님, 혹시 개 필요하지 않으세요? 아베 신조 좀 데려가시죠.”
재미있지만 좀 심하다. 나는 2001~2006년에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에게 어느 신문이 사설(?)로 충고한 제목 ‘고이즈미군, 공부 좀 더 하시게’를 흉내 내고 싶다. 아베군, 이제 그만 좀 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