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아시아 자산운용사 종사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영국 알타스캐피털의 리처드 위털 펀드매니저는 27일 블룸버그에 “이 바닥에서 25년간 일해왔지만 올여름처럼 변동성이 심한 적은 없었다.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증시의 경우, 토픽스와 엔화의 열흘간 변동성은 8월 10일에 적어도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7월 후반부터 강세를 보였지만 2분기 실적 발표가 상황을 반전시키면서 상승 재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7일에는 투자자의 매매 규모를 반영하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의 거래 대금은 1조9480억 엔으로 4월 6일 이후 처음으로 2조 엔을 밑돌았다.
미국은 세계적인 주가 하락 여파로 S&P500지수가 지난 21일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이 여파는 아시아 증시까지 파급했다. 24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매도세가 거세게 유입돼 토픽스지수는 2년 3개월래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25일 도쿄증권거래소 1부의 매매 대금은 4조9241억 엔으로 9개월 반 만의 최고치까지 늘어났고, 중국의 금리인하 발표 이후에는 중국 주식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26일에는 토픽스와 엔화의 변동성이 10일에 비해 6.5배까지 높아졌다.
일본 다이와증권의 이케바타 유키오 트레이딩 부문 과장은 “이렇게 매일 가격 범위가 변했던 적은 없었다. 너무 심한 변동성에 익숙해져 오르든 내리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객들로부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면서 “지금은 인내할 때”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스트래티지스트들도 불확실한 변동장세 때문에 고객들에게 투자의견을 내기가 난감해졌다는 입장이다. 증권재팬의 오타니 마사유키 조사정보부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증권사는 변동성이 너무 심해서 어렵다”며 “투자자에게 코멘트한다 해도 리스크는 피하고 보라고 말하는 경향이 생겼다. 장세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메리츠증권의 박승진 자산운용책임자는 달러 · 엔의 극심한 변동장세에서 엔화 트레이더는 페이퍼 워크에 쫓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의나 보고서가 전부다. 모든 리포트는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미라보 아시아의 앤드루 클라크 트레이딩 담당 이사는 “8월 초에는 책상에 앉아 주문을 기다리는 것보다 휴가를 가 오히려 해변에서 고객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그대로의 상황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큰 파란의 시장은 모두를 현실로 되돌렸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발 쇼크에 급락했던 아시아 증시는 이날은 미국의 금리인상 관측이 후퇴하면서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1시48분 현재(한국시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40% 오른 1만8633.73을, 홍콩 항셍지수는 2.63% 뛴 2만1613.48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5% 올라 2972.57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