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https://img.etoday.co.kr/pto_db/2015/08/600/20150826104009_700430_200_275.jpg)
후난(湖南)성 상향(湘鄕) 출신인 증국번은 태평천국군이 쳐들어오자 함풍제(咸豊帝)로부터 후난을 방위하라는 명령을 받고, 의병 ‘상군’을 조직해 맞섰다. 하지만 싸울 때마다 패했다. 두 번이나 물에 투신자살하려 했으나 주위의 저지로 살아난 ‘상패(常敗)장군’ 증국번은 황제에게 글을 올려 패전을 사죄하며 자신을 벌하라고 썼다.
그가 상주문의 초안에 쓴 말은 누전누패(屢戰屢敗)였다. 屢는 여러, 자주, 언제나, 되풀이해, 이런 뜻의 글자다. 누전누패는 연전연패와 뜻이 같다. 누견불선(屢見不鮮), 자주 대하니 신선한 게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곁에서 상주문의 초안을 읽어 본 사람이 “이렇게 하지 말고 누패누전(屢敗屢戰)으로 고치자”고 했다. “싸울 때마다 졌습니다”가 아니라 “계속 졌지만 거듭 싸움에 나섰습니다”라는 뜻이다. 뜻이 완전히 다르다.
증국번에게 글을 고쳐 쓰게 한 사람은 비장(裨將) 장사걸(章士杰)이라는 설, 군무를 보좌하던 좌종당(左宗棠)이라는 설, 막료(幕僚) 이원도(李元度)라는 설이 엇갈린다. 중국 CCTV의 드라마 ‘태평천국’에서는 좌종당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나온다.
좌우간 증국번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분발했고, 1860년 양강총독(兩江總督)에 임명된 지 4년 후 난징(南京)을 탈환함으로써 태평천국의 난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