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근로자 전체 동의 없이 담당업무 변경하는 내부규칙 개정은 무효"
기업이 전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담당업무를 바꾸는 내용으로 사내 규칙을 개정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롯데월드 근로자 노모 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보직 변경·발령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롯데월드를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2007년 5월 '보직 부여 기준안'을 마련했다. 기존에 1급 사원이 부임하던 팀장 직위에 2급 사원이, 2급 사원이 부임하던 선임 직위를 1~3급 사원이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2급 이상 사원에 대해 기본급의 800%를 인사고과와 관계없이 지급하던 것을 2008년부터는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급여체계 변경안도 마련했다.
사측은 노씨 등을 포함한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이 내용을 설명하는 설명회를 열었고, 간부사원 72명 중 39명의 동의를 얻어 내부규칙을 변경했다.
변경된 규칙에 따라 회사는 노씨 등에 전보명령을 내렸고, 엄씨 등은 "사측이 간부사원 직위에 있던 팀원들을 강등시켜 사직하게 만들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규칙을 개정했고,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엄씨 등은 부직 부여 기준안에 대해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했으므로 간부사원 중 일부는 팀원으로 전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회사의 변경된 '보직 부여 기준안'에 따라 1·2급 간부 사원들이 종전 3~5급 직원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됐는데, 실질적으로는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해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일부 근로자들만이 바뀐 취업규칙에 의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들이 장차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받을 것이 예상된다면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측은 간부사원들과 일부 3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부 사원들로부터만 동의를 받았으므로 노씨 등에 대해 아무런 경과조치를 두지 않고 일방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했다"며 "롯데월드 근로자에 대한 취업규칙 개정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