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동남아시아 ‘환율전쟁’ 리스크 고조

입력 2015-08-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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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떨어져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용인할 수밖에 없어”

▲달러ㆍ링깃(말레이시아) 환율 추이. 24일(한국시간) 오후 2시 40분 현재 4.2280링깃. 출처 블룸버그

증시 폭락과 위안화의 기록적인 평가 절하 등 중국발 쇼크로 동남아시아에서 ‘환율전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활용해왔으나 이런 실탄이 떨어져가고 있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외환보유고는 현재 945억 달러(약 113조2394억원)로, 올 들어 19% 줄어든 상태다. 미국 달러화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올해 17%나 하락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펼칠 수 있는 대책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7월까지 5개월간 외환보유고는 6.9% 줄었다. 한편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올해 12% 빠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달 수출이 전년보다 19% 급감해 2012년 8월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보이면서 루피아화 가치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베트남은 기준환율과 환율 변동폭 조절 등을 통해 자국 통화인 동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1일 위안화에 대해 사상 최대폭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자 베트남중앙은행은 그 다음 날인 12일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2%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동화 가치 하락 압박이 사라지지 않자 다시 지난주에 기준환율 조정을 통해 동화 가치를 1% 평가절하하고 환율 변동폭도 다시 3%로 조정했다. 팀 콘든 ING그룹 아시아 리서치 대표는 “베트남은 이미 균열 상태에 있다”며 “동화 가치를 지탱하기에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아 올해 더 많은 평가절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동남아에서 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에 태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바트화 가치 하락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분기 태국 경제성장률은 2.8%에 그쳤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도 같은 기간 4.9%로 거의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인도네시아는 4.67%로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동남아는 연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관측에 타격을 받았고 최근에는 중국 경제 불안 직격탄에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원자재ㆍ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줄어든 것은 물론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국 수출 가격경쟁력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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