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 국제팀 기자
18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한국의 외환위기와 비교해 보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한국은 당시 그리스보다 더 숨 쉴 틈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스는 이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았다. 2010년, 2012년 두 번의 구제금융에 총 2400억 유로(약 311조600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번엔 860억 유로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 총 5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이는 당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5600억 달러(약 67조원)의 10%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후 한국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금융·공공·노동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단행하는가 하면, 한국 국민은 장롱 속에 있던 돌반지까지 꺼내 팔아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 올렸다.
이후 한국은 재무구조 개선(제조업 부채비율 1997년말 396.3%→2013년 92.93, ‘통계로 본 광복 70년 한국사회’ 중), 경상수지 흑자 지속(2014년 892억 달러 기록) 등 경제 회복을 이뤄냈다. 물론, 주택가격 상승, 실업률, 저출산율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한국은 IMF 조기 상환이란 명예를 얻고 지금 세계 GDP 순위 11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이제 그리스도 이를 악물고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서야 할 때다. 이번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던 만큼 의지도 남달라야 한다. 오는 2033년 그리스가 오늘의 위기를 웃으며 회상할 수 있을지는 이제 국가와 국민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