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경기부양과 빚

입력 2015-07-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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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국내 경기가 말이 아닌 것이 같다. 지난해에 새로 된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부양책까지 들고 나왔으나 획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국내 가계부채가 1100조를 넘어섰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경기는 어느 정도 순환을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즉 호경기가 오면 어느새 불경기가 오고 또 다시 호경기가 오곤 한다. 호경기란 사람들의 경제상황이 풍요로워 행복한 때이고 불경기란 그렇지 않아 불행한 때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불경기 국면에서 경제정책당국은 빨리 호경기를 불러오려 경기부양책을 쓴다.

호경기가 되려면 결국 사람들이 돈을 잘 벌 수 있어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 전체는 돌고 도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호경기가 되려면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 생산이 많이 일어나야하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므로 수요가 많아진다. 반대로 불경기는 수요가 없어 생산도 안 일어나고 그래서 돈을 못 버니 수요도 없어진다. 따라서 경기부양책이란 불경기 시에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어 사람들이 돈을 벌고 이를 쓰도록 만들어 주는 정책이다.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두 가지가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직접 투자 등을 통해 수요를 만들어 내고 통화정책은 금리를 낮추어 사람들이 돈을 쓰기 쉽도록 만들어 준다. 그런데 재정정책을 쓰기 위해서는 정부가 돈이 필요하므로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고 통화정책에서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 쓰게 되므로 민간의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물론 경기부양책이 잘 작동하면 정부의 부채는 호경기에 늘어나게 되는 세수로 갚으면 되고 민간의 부채는 호경기에 버는 돈으로 갚으면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즉 경기부양책이란 수요가 있어야 생산이 일어나고 생산에서 돈을 벌어야 수요가 생기므로 이런 순환논법을 깨기 위한 방책인데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국가와 개인의 빚은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줄어듦으로 큰 문제가 없다.

최근 정부는 추경편성과 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는데 특히 경기부양이 생겨나는 통로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하는 듯하다. 현재의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LTV와 DTI 등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였던 것을 보면 이러한 의도는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을 통한 경기부양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가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미약하고 더디다. 또한 부동산 시장은 쉽게 과열이 되어 사람들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만들기 쉽다. 금리가 싸지고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쉽게 만들어 주면 실수요자 뿐 아니라 투기적 수요자들까지 뛰어들어 주택 가격을 올려놓게 되고 애써 정착되려던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만 헝클어 놓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그 와중에 가계의 빚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위해 생겨난 빚은 호경기가 되어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늘어난 빚이 호경기가 되어도 줄어들지 않는다면 추후에 금리를 올리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정부가 경기변동을 순화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한하는 결과마저 생긴다.

정부가 좋은 경기부양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을 띄우는 것은 경기부양효과도 작고 더욱이 중장기적으로 사람들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저금리가 투기를 위한 대출을 부추기지 않도록 부동산 투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다시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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