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돼도 수출부진·중국경제가 ‘발목’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사실상 종식됐고, 추가경정예산 11조6000억원도 곧 투입될 예정이지만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기관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데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전망치를 새로 내놓은 IB 10곳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평균한 것이다. IB 전망치는 또 정부(3.1%)와 한국은행(2.8%)보다도 낮다.
IB들은 한국경제가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친 2분기 ‘성적표’가 워낙 나빠서다.
HSBC는 2.8%에서 2.4%로 전망을 수정했다. 해외 IB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치다. HSBC는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광객 감소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가 좋지 않아 수출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부진을 상쇄할 만큼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봤다.
노무라증권은 추경과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 4분기는 1.0%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간 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도 올해 한국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3.0%에서 2.6%로, 씨티그룹은 2.8%에서 2.7%로 전망치를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전망치는 2.7%다.
IB들은 한국의 수출 전망이 좋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최근 원화 가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원화 가치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엔화 약세·원화 강세가 누적돼 낮아진 수출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한은이 전망한 2.8%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3∼4분기 성장률이 모두 전기 대비 1% 이상이어야 하는데, 민간소비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 7월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 기관보다 긍정적이던 국내 경제예측기관들도 전망치를 2.5%까지 낮췄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29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5%로 내렸다. LG경제연구원(2.6%), 삼성증권(2.7%), 한국경제연구원(2.7%)도 정부(3.1%)·한은(2.8%)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수보다는 수출 부진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며 “미국·중국의 교역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과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 경기 상황에 짙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한은이 지난 28일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메르스·가뭄 등 일시적 충격 외에도 수출 부진, 국제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한 금통위원은 “작년 이후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에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5개 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