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바’를 보는 소상공인업계의 아쉬운 시각

입력 2015-07-28 10:4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김정유 유통팀 기자

“매일 핸드폰이나 잡고 앉아 있는 ‘알바(아르바이트생)’보다 생계를 위협받는 우리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봐 달라.”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던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모 단체 대표의 발언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책 촉구를 위한 자리였던 만큼,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알바를 ‘핸드폰이나 잡고 앉아 있는’ 식으로 표현하는 소상공인들의 시각은 참으로 경악스러웠다. 국내 소상공인들의 대표격으로 나온 이들의 입에서 이 같은 ‘우려스런’ 노동관을 발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하다. 가뜩이나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함께 장기간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리라는 것은 악재가 엎치고 덮친 격이다. 그렇지만 알바를 통해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많은 청년들을 싸잡아 이같이 표현하는 것은 소상공인 업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소상공인들도 전체 경제구조상 약자로 분류되지만, 초점을 달리해 알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갑(고용주)’의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이런 초점으로 국민의 시선이 옮겨진다면, 사회적 약자임을 내세우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 구직사이트는 알바생들의 권리를 알리는 TV광고를 방영해 PC방을 중심으로 하는 소상공인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모델인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가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등 해당 광고는 오히려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냈다. 이에 이 구직사이트는 최근 임금체불 사장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와 연결되는 이 사안에서 적어도 여론은 소상공인들의 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소상공인들은 분명 사회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위치에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올바른 노동관부터 정립해야 이들의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자신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된다면, 더 약자인 누군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