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좌고우면]한은 간부들의 청년실업 걱정

입력 2015-07-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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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이 총재가 사석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조카가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얘기를 하며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걱정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이 총재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을 만나 채용 동향을 묻는 것을 물론 고용을 독려하기도 했다. 또 이달에는 한은에 임금피크제를 전격 도입, 청년 고용 늘리는 데 손을 걷어붙였다.

이 총재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임직원 다수가 한국경제를 논할 때면 실업, 특히 청년 고용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자주 목소리를 높인다. 한은은 고용에 관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준금리, 통화정책, 물가, 국제금융 등 한은 주업무만큼이나 고용은 한은에서 핫이슈다.

특히 한은 고위직 인사들은 상당수가 자녀들이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전후에 있어 청년 고용 문제를 더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다.

딸 부잣집인 A국장은 기자와 오찬을 하면서 첫째 딸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은 후 ‘마침내’ 채용된 취업 성공담을 언급한 적이 있다. B임원은 아들이 지방 알짜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회사 위치가 서울이 아니다 보니 결혼 걱정을 하더라고 토로했다. C국장은 “젊어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라며 같이 점심을 먹는 내내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대안을 언급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D임원은 디자인을 전공한 딸이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산업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그만뒀지만 딸이 ‘백조’ (백수 조만간 탈출)가 될 것이라며 아빠를 안심시키며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은에서 고위직까지 올라간 이들의 자녀라면 통념상 부모와 비슷한 사회‧경제적 위치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는 이들 계층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했다.

국내 최대 조사‧연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은이 청년 실업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용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어떨까. 마침 정부도 지난 27일 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를 최소 20만개 이상 만들겠다는 내용의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 핵심을 고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은은 지금까지 고용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정부와의 이견이 무서워 한은이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한 국가적 정책 역량 응집에 나서지 않는 것은 국민적 낭비다. 이 총재 또한 지난달 창립 65주년 기념사에서 “구조개혁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도해야 하겠지만 한은으로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구조개혁에 대한 연구조사를 강화하고 현실 적합성이 높은 정책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총재가 말한 것을 한은이 실천해야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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