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업체, 성숙한 경영마인드 보여줄 때

입력 2015-07-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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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현 자본시장부 기자

평소 친분이 있던 홍보팀 팀장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 대표와 전 부사장 간 공방에서 대표의 입장을 보도해 달란 이유에서다. 24일이면 주총을 통해 창립 후 8번이나 최대주주가 바뀌는 A상장사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출범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표 이름 석자만 보고 투자를 한다는 개미들도 적지 않았다.

경영 성적은 초라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27억원을 기록,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대표가 지분율을 줄여와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자신이 보유한 나머지 주식과 경영권을 타인에게 넘기며 A업체의 최대주주도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전 부사장과 대표 간 지분 횡령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조직폭력배가 가담했다는 말도 있다. 대표 입장을 계속 대변하고 있는 팀장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다. 이를 보니 코스닥에서 퇴출된 상장사 조이토토가 떠오른다.

지난 2006년 조이토토의 조성용 대표는 나스닥에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소식을 당시 홍보팀 직원에게 알렸다. 조이토토가 조이온의 최대주주가 되고 조이온은 미국 상장사를 인수하면 결국 조이토토가 나스닥에 간다는 시나리오다. 이 직원은 대표를 믿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사화된 후 조이토토는 12일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조 대표는 시세조종 전문가와 함께 주가를 1590∼1890원으로 안정시킨 뒤 총 9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알고 보니 조이온은 나스닥에서 이미 상장폐지된 업체였고, 주가 급락은 막을 수 없었다.

홍보팀 직원뿐 아니라 그를 믿고 보도자료를 처리한 기자들도 금감원 및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이 직원은 대표를 대신해 기자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함께 울며 업계를 잠시 떠났다. 이때 조 대표는 100억원을 손에 쥐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코스닥이 800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 최대주주 및 대표들의 모럴해저드로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머니게임’의 장인 것 같다. 코스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업체 대표들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통한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 또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직원들에게 공허한 외침보다는 떳떳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마인드’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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