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여, 록페스티벌에 가자! 왜?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7-22 08:07수정 2015-07-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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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페스티벌은 이제 젊음의 해방구이자 열정의 분출구로 자리잡았다.
젊은이들의 심장이 쿵쾅거린다. 청년고용절벽이라는 현실의 암울함도, 7포 세대의 미래 불안함도 잠시 한쪽으로 치워둔다. 청춘의 발걸음은 벌써 향한다. 귀를 찢을 것 같은 일렉트로닉 기타의 사운드, 심장을 움직이는 드럼의 소리, 감정의 문양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키보드의 선율, 그리고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젊은이의 함성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24일부터 3일간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열리는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올여름 록페스티벌 시즌의 막이 오른다.

강렬한 파열음이었다. 악기들의 강력한 사운드와 함께 젊은이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 함성에 실려 나왔다. 도발과 파괴만을 일삼는 젊은이들의 행태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난도 동시에 쏟아졌다. 1969년 8월 15~17일 미국 뉴욕 북부 베델 근처의 화이트 레이크의 한 농장에서 펼쳐진 하나의 음악 이벤트는 세대 간 갈등을 폭발시켰다. 폭우가 쏟아져 진흙밭으로 변한 농장에 3일간 30만 명의 젊은이가 몰렸다. 문화적 대사건이었다. 사회적 충격이었다. 정치적 세대 담론의 촉발제였다. ‘3Days of Peace & Music’ 이라는 구호로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The Wood stock music and art fair 1969’)이다. 지미 헨드릭스, 산타나, 존 바에즈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30여만 명의 젊은이가 몰린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었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기성세대에 도전하며 사회변혁을 꿈꾸고 반전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거대한 사건 그 자체였다. 파괴와 방종을 일삼는 젊은 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실망과 분노 역시 극에 달했다. 우드스톡페스티벌은 미국 사회의 세대갈등에 대한 젊은이와 기성세대가 함께 고민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1999년 7월 31일 인천 송도 시민공원으로 수많은 젊은이가 몰려들었다. 한국 최초 록페스티벌의 역사적인 서막에 동참하려는 열기였다.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펜타포트 페스티벌의 전신). ‘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가, 이 땅에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김경호, 델리스파이스 등 국내 뮤지션뿐만 아니라 딥퍼플, 프로디지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은 록 팬들과 젊은이들을 인천 송도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고 공연이 속속 취소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은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미국 우드스톡페스티벌처럼 사회적 충격이나 세대 간 갈등은 없었다. 인천 록페스티벌은 철저히 젊은이들만의 리그였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은 관심이 전혀 없었다. 인천 록페스티벌은 세대 단절을 온몸으로 절감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

한국은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으로 초래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 원에 이를 정도다. 지역, 이념, 빈부, 노사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대한민국을 갈등공화국으로 전락시켰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세대갈등 역시 더는 방치해선 안 될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일자리에서부터 복지문제, 정치적 이념까지 사안마다 젊은이와 기성세대 간의 첨예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세대 간의 불평등이다. 경제, 사회 전반적인 불평등 문제가 세대 간 갈등을 낳고 있으며 이것이 발전하지 못하는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세대불평등 해결 없인 미래발전은 없다”고 주장한다.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는 세대 간의 격차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대립과 반목, 단절이 확대재생산 되는 현재의 세대갈등은 세대 상호간의 공감대와 이해의 접점 확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젊음의 해방구이자 열정의 분출구로 자리 잡은 록페스티벌에 기성세대가 참여해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공감대를 확장해보는 것은 어떨까. 록페스티벌이라는 공간에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세대 간의 단절과 대립은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다. 록페스티벌은 젊은이들만의 축제가 아닌 세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통합의 용광로가 될 수 있다. 기성세대들이여, 올여름 록페스티벌에서 헤드뱅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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