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청와대와 엇갈린 행보…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로 이어져

입력 2015-07-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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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간의 거취 논란을 뒤로하고 8일 사퇴했다. 그의 사퇴는 청와대와 국정운영의 철학을 공유하기 어려웠던 뚜렷한 소신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에 당선된 이후 줄곧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지난 4월 교섭단체 연설에서는 작심한 듯 정부 정책에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후에도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은 꾸준히 이어졌다.

또 새로운 보수의 지평을 열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참신하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유 원내대표가 ‘좌클릭’ 행보를 한다거나 자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따라다녔다. 사드 도입 공론화 사태에서도 이를 거북하게 여기던 정부는 또다시 얼굴을 붉혀야 했다.

결국 그는 공무원 연금법 처리과정에서 야당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발목이 잡혔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 연금법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세월호 시행령’을 문제 삼으며 내놓은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주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혼선을 빚었다.

그동안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했다. 특히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약 2주 가량 새누리당은 유승민 사퇴 정국에 빠져 혼란을 거듭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승민 찍어내기’ 논란을 불렀지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곧바로 행동에 착수했다. 친박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가해졌다.

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의 사후처리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논의를 가졌다. 유 원내대표도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도 박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의 공천권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내전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 장악력 회복과 레임덕 방지 등의 목적으로 찍어내기를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유 원내대표는 2주동안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8일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사퇴권고를 받아들여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염 하나로 정치를 해왔다”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정국에서 정치인 유승민으로서 소신을 내보였고 지지도 얻었다. 의총에 뜻을 따르는 형식으로 사퇴하면서 청와대와 친박계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 자리를 내던지는 모양새는 피했다는 평가다. 다만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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