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내년 4월 총선까지 선거가 없는 향후 1년을 국가개혁과 경제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봤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정권의 운이 지지리도 없는지 아니면 인재인지 모르지만 메르스 정국에 발목 잡혀 두 달을 거의 허송세월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여당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1년이라는 골든타임에 야당을 설득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당이 분열까지 보이고 있어 박근혜 정부는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 부처 업무 성과를 파악해 장·차관을 질책할 부분은 질책하고 국회 협조가 되지 않는 부분은 정치개혁을 통해서라도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부처 업무평가는 국무조정실의 고유 권한이었지만 최근 국무조정실 평가가 국가정보원 등 다른 기관의 평가가 가미되면서 평가 결과가 다르게 나와 각 부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요즘 각 부처는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비판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장관과 관련된 얘기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날 수 있는 잘못된 비판에도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께 보고 아닌 보고를 준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 언론을 꼼꼼히 챙기는 점도 장·차관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각 부처는 현재 추진 중인 비정상의 정상화 100대 과제에다 경제활성화 핵심과제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상화 성과를 높이고 경제활성화 핵심 과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가 너무나 많다.
공공기관 개혁이나 부정·부패 척결만 해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세운 거대 담론이다. 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나타낸 정권이 없다. 개혁을 하기에는 그동안 쌓인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기관의 성과도 중시하고 있다. 공공기관 본연의 목적을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곳이다. 민간과 경쟁하는 부문은 과감히 민영화를 통해 손에서 놓아야 한다. 민간이 손 댈 수 없는 공공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어떨까. 공공기관의 성과도 중시하다 보니 공공기관 처지에서 돈이 되는 부문을 현실적으로 손 놓기가 어렵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대주택사업을 하고 있다.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할 때마다 임차인과 건설원가 공개 여부로 다툼을 벌이고 있다. LH가 건설원가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원가 공개 시 공공기관으로서 높은 이윤을 추구하며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애초 목표가 유명무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LH가 적자 나는 다른 부문 사업의 성과를 맞추고자 임대주택 분양전환에서 이윤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민간기업에 건설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경제 논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서 가격이 변화는 만큼 원가공개는 자칫 시장가격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LH는 다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기금이나 지자체의 대지 공급이 파격적으로 할인된 상태에서 LH만 폭리를 취하는 것은 공공기관 존립에서 문제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정부의 ‘LH 중대형 분양 중단’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3월 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장장 7시간 동안 열었던 규제개혁 끝장 토론에서 나온 푸드트럭 영업 규제 개선도 지금 현실에선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법은 풀었지만 실제 영업을 하는 데는 주변 상인의 반대와 실무 공무원들의 변하지 않은 의식으로 푸드트럭 제조사만 배불리는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만 받고 있다. 푸드트럭 영업허용의 기본은 서민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이점을 간과하고 무조건적인 허용이나 한정된 영업 허용은 푸드트럭을 표류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 부처 주요 업무 현안을 챙긴다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마치 대통령 혼자 국정을 이끄는 느낌이다. 골든타임의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과제를 대폭 줄이고 성과가 아닌 기본을 먼저 세우는 국정운영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일일이 챙기기보다 국무총리와 부총리, 부처 장관들에게 일을 맡기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 함께 현안을 풀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을 더 가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