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영업 등 남성 비해 직무 중요도 떨어져… 억대 연봉자 비율 6.2%로 男의 4분의1 수준
# 韓유리천장 지수 25.6점, OECD 중 ‘꼴찌’ <6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 직장인 10명 중 7명 ‘유리천장 있다’<5월, 사람인>
# 女억대 연봉자 비율 6.2%, 男이 4분의 1<6월, 금융연구원>
한국의 유리천장 실태를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여성 은행장(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등장하고 신한, 우리, KB국민은행에서 여성 임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는 역부족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업무 차별이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이 투자은행(83.6%), 자산운용(76.3) 등 요직에 집중돼 있는 데 반해 여성은 영업·마케팅(49.8%)과 영업지원(44.3%)에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고객을 접하는 창구영업에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금융계 관행이 반영된 결과다.
직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연봉도 더 낮다. 연 5000만원 이상 급여를 받는 남성인력은 72.3%에 달하는 데 반해 여성인력은 절반(44.6%)도 채 안 됐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기술금융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금융기관 전체 여성 고용비율인 46.2%와 비교하면 8분의 1밖에 안 된다.
높은 현실의 벽에 여성들의 기대감은 점점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5월 사람인이 직장인 5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인력 72%가 ‘직장 내 성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그 체감은 여성(80.4%)이 남성(64.4%)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2013년 조사 결과인 49%와 비교하면 비관적 답변이 2년 새 20%포인트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성임원의무할당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여성 고위관리직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0.6%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상당하다.
여성임원의무할당제는 지난 2003년 노르웨이가 최초로 공기업과 상장기업의 여성 비율을 최소 40%로 의무화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 네덜란드 등도 할당제를 적용했고 독일 역시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여성금융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석·박사 학위 취득률, 외무고시, 사법고시 합격률 등을 통해 이미 여성의 능력은 검증됐다”며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