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체제 출범 후 4차례 금리인하 결정에 소수 동결 의견 고수
거침없는 기준금리 인하 행진이 이어진 가운데 문우식 위원이 7명으로 구성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외로운 싸움을 벌여 눈길을 끈다.
한은이 지난 30일 공개한 6월 금통위 본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금통위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기타격에 대응하고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위원은 홀로 금리 동결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 체제가 지난해 4월 시작된 이후 금통위는 작년 8·10월, 올 3·6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총 4차례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6월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50%이다.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된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문 위원은 매번 금리인하 결정에 소수의 동결 의견으로 맞섰다. 예외적으로 정해방 위원이 지난 3월에 한번 소수의 금리동결 주장을 함께했을 뿐이다.
문 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구체적 이유는 무엇일까. 문 위원은 우선 메르스 사태에 선제 대응하고자 이뤄진 6월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메르스 사태의 확산 여부가 아직 불투명해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설사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통화정책보다는 (메르스 사태로 영향을 받은) 특정부문에 선별적 지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문 위원은 또 “현 금리인하는 주로 부동산 시장을 통해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더군다나 지난해 금리인하 이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이로 인한 국내 금융불안정 축적이라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인하에 따른 이익보다는 비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금리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저금리 하에서는 추가 금리인하가 국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며 “금리인하를 통해 소비를 늘리기보다 오히려 전세가 상승 등을 통한 주거비용 증가, 이자수익 악화 등이 초래되면서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의 경우에도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했지만 대기업의 양호한 자금사정 등을 고려할 때 투자증대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위원은 엔저 심화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에 금리인하로 대응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환율정책을 위해 통화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금리와 환율 간의 관계는 한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문 위원은 향후 거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지금은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구조개혁에 모든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충격에 대응하고자 정책수단을 소진하기보다는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