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야당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를 받아들인 유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를 신호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월 ‘보수혁신’을 내걸고 원내대표로 취임한 그는 불과 4~5개월만에 직을 내려놓게 생겼다.
‘원조친박’에서 ‘탈박’으로 변신하며 소신껏 행보를 펼쳤지만, 결국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심판’까지 운운하면서 내년 총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퇴를 주장하던 친박들에게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의원총회를 소집해 재신임 여부를 따지자는 주장도 동정론이 확산되자 들어가는 모양새다.
최고위에 포진한 친박들에게 칼자루가 쥐어졌지만 당초 29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친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이정현 최고위원도 섣불리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도 치고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유 원내대표가 담담하게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사퇴 정국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29일 리얼미터는 지난 23~24일 실시한 6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 원내대표가 2.0%포인트 상승한 5.4%로 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아울러 30일 리얼미터는 그의 사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45.8%, 찬성하는 여론이 31.5%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