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피해 애타는 농심… 채소값 폭등에 밥상물가 들썩… 원재료값 올라 자영업자 타격
올해 강우량이 평년의 60% 안팎에 그치는 등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가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가뭄으로 인해 채소류의 평균 도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가뭄 대책과 관련된 현안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가뭄이 지속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가뭄 피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0%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뭄으로 인해 식탁물가는 들썩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대형마트에서 채소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지만 배추나 무 등 채소류의 물가가 급등해 행사를 기획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하반기에 라면, 맥주, 소주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은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채소류 값 급등으로 원재료 값이 올라 영세 자영업자도 타격을 입고 있어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처럼 대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작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수자원총량 1297억㎥ 중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26%인 333억㎥에 불과하다. 평상시 물을 저장하는 댐 용수는 전체 수자원의 15%에 불과한 180억㎥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경 훼손 등의 논란으로 신규 댐 건설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20개 다목적댐 중 17개의 댐은 2000년 이전에 건설된 것으로 2000년 이후 건설된 댐은 낙동강 군위댐을 비롯해 3개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가뭄 해소 효과에 도움이 된다고 한 4대강 사업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뭄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향후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아울러 정치권 일부에서 가뭄대책의 일환으로 추경 편성을 요구하며 추경 편성 논의도 함께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뭄이 심한데 이럴 때 새로운 저수지 건설 비용에 저수용량을 키울 수 있는 저수지 준설을 실시, 물도 키우고 경기도 살리는 1석2조의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뭄 대책은 지자체에만 맡겨둘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특별교부세 등 재해대책비를 신속하게 집행하고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