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토건의 서울 입성 첫 작품
‘신참자’라는 말이 있다. 과거 로마 공화정 시대 원로원에서는 아버지까지는 평민이지만 새롭게 원로원 의석을 차지하게 된 사람을 ‘신참자’ 호모 노부스(Homo novus)라고 불렀다. 사회는 어디든 첫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가혹하기 마련. 그래서 신참자는 그만큼 더 열심히 뛰어야 자신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 같은 호모노부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호모노부스 중에서도 업계에 혁혁하게 자리를 굳힌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가운데 동일토건은 이제 경우 창사 10년을 넘어선 신참자 중에서 신참자이지만 이미 업계에서의 그 이름은 단단히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회계사 출신 사장의 신경영 마인드
동일토건은 출범자체가 독특한 회사다. 이 회사 고재일(69)회장은 2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천직이라 생각하며 근무해오던 공인회계사다. 고 회장이 이른바 ‘강철밥통’에 비유되던 공인회계사를 포기하고 동일토건이란 건설업체를 설립한 것은 58세이던 지난 95년. 이미 황혼에 접어든 나이지만 고 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동일토건을 세우고 본격적인 ‘건설밥’을 먹기 시작했다.
황혼의 나이에 도전을 시작한 고 회장은 사업에 있어서도 도전 정신을 버리지 않았다. 동일토건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된 부동산 붐을 맞아 회사의 역량을 최대 키워나갔다. 하지만 신참자였던 만큼 동일에게도 약점은 있다. 동일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격적인 아파트 공급을 했지만 대단지나 인기 지역에서는 별다른 공급을 하지 못했고. 단지 규모도 대부분 200세대 남짓한 소규모 단지 밖에 내놓지 못했다.
이러한 동일의 모험은 지난 2003년 11월 분양한 양천구 목동 동일하이빌1,2단지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양천구에서도 변두리에 위치한 서부터미널 인근 땅을 매입해 자체사업을 추진한 동일은 그 당시에도 보기 드물던 서울에서 790세대의 대형 단지를 내놨다.
더욱이 790세대 전체가 일반분양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이빌은 새로운 역사를 만든 셈. 실제로 택지가 고갈된 서울시에서 지난 90년 후반 구로구 일대 공장부지를 제외하곤 일반분양이 790세대에 이르는 단지는 목동 동일하이빌이 처음이다.
동일 하이빌은 당시에도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던 ‘차없는 단지’를 선보이며 마감재와 단지 조경에서도 그때까지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아파트를 선보이겠다는 선언을 내렸다. 당시 몇몇 소규모 주상복합을 제외하곤 서울에 이렇다 할 아파트를 짓지 못한 동일하이빌이기에 목동 동일하이빌에 거는 기대는 대단했던 것. 동일토건은 서울에서 추진하는 첫 대형사업에 회사의 총력을 집중할 것을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목동 동일 하이빌은 당시 시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동일하이빌’이란 브랜드는 다소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브랜드 파워는 미약했고 무엇보다 서부터미널 인근이란 입지여건의 약점이 지적됐다. 여기에 좋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동일 하이빌의 의욕에 따라 책정된 평당 1300만원 대의 분양가도 청약자들이 이 아파트를 선뜻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다.
동일토건의 첫 야심작 목동 동일하이빌은 2003년 제6차 동시분양에서 2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33평형이 13.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1단지는 42평형이 3순위 청약에서도 26세대가 미달되면서 다소 ‘시시’하게 무대에 나섰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동일토건 측은 결코 낮은 경쟁률이 아니었다고 강변한다. 어차피 주택 청약이란 것은 움직이는 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시에 790세대란 많은 세대를 공급한 만큼 이 정도 출혈은 어느 아파트나 있을 수 있다는 게 동일 측의 이야기다.
◆목동 단지 인근 아파트 시세 뛰어넘어
실제로 첫 선이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목동 동일하이빌은 동일토건과 고 회장의 기대대로 동일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 2005년 11월 입주를 마친 목동 동일하이빌은 서부터미널과 인접해 있고 도시보다는 변두리란 감이 드는 지역에 입지했다는 약점에도 불구 높은 시세상승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 33평형의 매매가는 평당 1700만원 선이며, 42평형은 평당 1800만원 선에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현재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 자리잡고 있는 신정동 아파트와 유사한 가격이다. 목동 동일하이빌이 대단지이긴해도 목동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신시가지단지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적잖은 이변이라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입주 이후 상승세도 거세다. 청약 미달사태를 빚었던 1단지 42평형의 경우 입주 후 1년간 45%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33평형도 30%가 넘는 매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목동 동일하이빌의 또 다른 공적은 ‘변두리’였던 서부화물터미널 일대에 새로운 개발 동력을 부여했다는 점. 이 일대는 서부화물터미널의 이전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등 새로운 개발사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동일토건 관계자는 “서울지역에서의 첫 사업인 목동 동일하이빌은 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았던 만큼 회사에 새로운 활력이 됐다”며 “이제 창사 10년을 넘긴 젊은 기업답게 더욱 패기 있는 사업 추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