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기부양 위한 부동산 정책, 가계부채가 발목 잡을 것"
경기활성화를 화두로 둔 재정-금융정책 수장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연장 등 부동산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성 부동산 정책 탓에 가계부채의 급증세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 의지를 가장 먼저 피력한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1년 동안 LTV를 70%로, DTI는 60%로 일률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전에는 LTV(이하 은행·보험권 기준)의 경우 서울·수도권이 50~70%, 그 외 지역이 60~70%를 적용했다. 서울·수도권만 규제하는 DTI는 서울 50%, 경기·인천지역 60%를 적용했었다.
실제로 최 부총리의 이 같은 정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대치를 4연속 갱신하고 있고, 건설업계도 올해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물량을 예정보다 높게 설정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이 효과를 보이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체감경기는 여전히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애초 3.8%에서 3%까지 속속 하락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5월 업황BSI는 75로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지면서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6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6.4로 석달 내리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내수가 바닥인 가운데 제조업 생산과 수출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는 그나마 선전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이어가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간 정부의 재정정책에 보폭을 맞춰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의 (경기진작 효과 등의) 경로 소비까지 나타나길 기대와 예상하고 있다”며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효용성을 시사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임종룡 금융원장은 지난달 31일 한 지상파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로써는 LTV, DTI를 변화시킬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는 다음 말 종료 예정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작 경기활성화에 뚜렷한 영향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부동산 카드를 들고 나오면 가계부채 우려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이에 대해“가계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어 2014년 말 현재 가계신용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의 138%인 1089조원에 달했으며 국제적 비교가 가능한 자금순환표상의 가계부채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의 164.2%인 1295조원으로 늘어났다”며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현 정부의 정책은 가계부채가 급증해 경제 전체적인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부양에 대한 강한 집착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성공한다 해도 그것은 단기적인 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역시 부동산정책으로 파생된 과도한 가계부채를 우려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선진국 경제 위기와 달리, 한국에선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 금리인상 시 저소득층 가구가 가진 채무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불안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연체율이 높아졌다거나 제2금융권으로 과도하게 몰렸다거나 주택가격이 꺼질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적정 부채가 어느 정도냐를 따지기보다는 리스크의 크기와 부동산 버블의 가능성,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