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이후 창출됐던 약 43억개 주소 거의 다 떨어져가…기업 업그레이드 비용 부담에 새 주소 꺼려
세계의 인터넷 주소가 바닥날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은 올 여름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IP 주소)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시아는 이미 실질적으로 지난 2011년 IP 주소가 떨어졌고 유럽은 1년 뒤 그 뒤를 따랐다. 이제 미국도 주소가 고갈되기 일보 직전인 셈이다.
인터넷 시대의 여명기인 1981년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43억개의 주소를 창출할 수 있는 ‘IPv4’ 규격을 만들었으나 이 버전의 주소가 이제 떨어져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남아있는 주소는 약 340만개에 불과하다.
IP 주소 고갈은 통신업체들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전화번호가 다 떨어졌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WSJ는 설명했다. IP 주소는 전화번호처럼 숫자로 돼 있으며 도메인 주소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www.facebook.com이라고 치면 실제로는 66.220.149.32라는 IP 주소에 접속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인스타그램 사진을 올리거나 사물인터넷 기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도 IP 주소가 쓰인다고 WSJ는 덧붙였다.
특히 많은 IT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 IP 주소 고갈은 예기치 못한 비용 증가나 새 고객 확보 실패 등의 리스크를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고갈에 대비해 미리 IP 주소를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1년 당시 파산한 네트워크업체 노르텔로부터 66만6624개의 IP 주소를 750만 달러(약 82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11월 세일즈포스닷컴도 26만2144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IT 컨설팅업체 Dyn의 제임스 코위 수석 사이언티스트는 “기업들이 IP 주소가 고갈됐을 때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IP 주소 고갈에 대비해 1998년 ‘IPv6’가 승인됐다. 이는 지구 상의 모든 원자 하나하나에 주소를 붙일 정도의 시스템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IPv6’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새 네트워크 장비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리서치업체 가트너는 업그레이드 비용이 기업 연간 IT 예산의 약 7%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전 세계 IP 주소 가운데 ‘IPv6’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약 9%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