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트론, 업계 2위로 급성장·분기 매출 사상 최대…애플 까다로운 기술요구 총족시켜
대만 전자기기 위탁생산업(EMS)에 애플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혼하이정밀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PC 제조업체 아수스에서 2010년 분사한 페가트론이 EMS업계 후발 주자라는 불리한 위치에도 대만 2위로 부상하면서 혼하이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애플 아이폰 조립생산 수주에 성공한 덕분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페가트론은 주가에서도 혼하이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 급증한 63억 대만달러(약 2237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25% 늘어난 2742억 대만달러로 회사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제이슨 청 페가트론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효율화에 따른 수율 향상이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페가트론은 지난해 매출이 1조197억 달러로 혼하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 들어 주가는 지난 2월 하순 처음으로 혼하이를 넘어선 데 이어 계속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24%에 이른다. 아직 시가총액은 차이가 있지만 시장의 기대는 크다.
도약의 계기는 역시 아이폰 수주였다. 아이폰 출시 이후 위탁생산은 혼하이의 독무대였지만 애플은 위험을 분산하고자 타사로 거래선을 확대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 페가트론은 우선 2010년 출시된 아이폰4를 소량 수주하고 지난 2013년 아이폰5C 대량 수주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혼하이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페가트론이 노트북 위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1위였던 콴타컴퓨터를 제치고 아이폰 주문을 따낸 것은 고도의 기술력 덕분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회사의 모기업이었던 아수스는 넷북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높은 기술력으로 정평이 난 기업이었다. 아수스가 자체 브랜드 확보 전략에 따라 고육지책으로 페가트론을 분리시켰지만 그 기술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페가트론은 단말기 외관을 깔끔하게 마감하는 설계능력 이외에도 금속과 플라스틱 등 소재 성능을 살리는 노하우를 계승해 애플의 까다로운 기술요구 수준을 충족시켰다. 아수스가 예전에 애플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을 위탁생산한 실적도 장점이 됐다.
애플 아이폰 대량수주에 발을 맞추고자 페가트론은 생산능력 증강에 한창이다. 2015년에 최대 3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공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이폰6 위탁생산은 혼하이가 70%, 페가트론이 30%를 각각 할당받았지만 올해 출시가 예상되는 차세대 아이폰은 페가트론이 50% 이상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은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분기 스마트폰 등 통신 부문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에서 급등했다. 2013년 여름 미국 인권단체가 중국 공장의 잔업 실태를 지적한 것처럼 외부 감시의 눈도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