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워크맨으로 ‘전자왕국’ 타이틀을 누렸던 소니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미지 센서로 화려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미지 센서 사업은 소니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니는 디지털 카메라에 탑재되는 이미지 센서의 세계 최대 공급 업체로서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초 1050억엔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미지 센서 생산 공장에 추가로 450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소니는 이미 일본 국내의 4개 공장에서 이미지 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소니는 애플의 ‘아이폰6’가 한 대씩 팔릴 때마다 20달러씩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업계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 아이폰6 한 대당 소니의 이미지센서 2개와 관련 부품이 탑재돼 있다며 아이폰6 한 대가 팔리면 최대 20달러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29일 보도했다. 기존 아이폰 모델에는 소니의 센서가 대당 1개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카메라 성능이 개선되면서 시장에서 소니의 지배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폰6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6에도 소니의 부품이 사용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신 이미지 센서 ‘Exmor RS IMX230’는 최대 2100만 화소의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다. 소니에 따르면 이 센서에 의해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고속자동초점(AF) 기술을 채용하게 됐다.
소니가 이처럼 스마트폰에 AF 기술을 탑재하게 된 건 다년간의 비디오 카메라 사업 덕분이다. 소니는 2012년 손톱만한 크기의 칩을 2장 겹치는 기술에 성공했는데, 칩 하나는 화소를 잡기 위한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센서 회로를 포함된 것이다. 이 두 개의 칩을 겹침으로써 기존 모델에 비해 얇은 스마트폰 제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미지 센서 생산에서 소니의 경쟁 상대인 옴니비전 테크놀로지도 소니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UBS증권의 가쓰라 료스케 애널리스트는 사진의 고화질화를 가능하게 한 이 두 개의 칩을 겹친 기술은 소니에서도 극비 사항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이미지 센서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삼성을 비롯한 고급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소니 뿐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노시스템리서치의 미와 히데아키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칩과 달리 이미지 센서는 장인적인 기술이 요구되므로 즉시 모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테크노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40%로 전년의 35%에서 확대했다. 옴니비전은 16%, 삼성은 15%였다. 총 판매액은 추산 86억5000만 달러 증가해 2009년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소니에게 시급한 과제는 수요에 대한 대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소니는 애플 의존도가 높은데, 과거 애플은 사전에 통보없이 공급 업체를 변경한 사례가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의 반도체 오야마 사토루 애널리스트는 소니의 질과 가격에 필적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애플은 조달 업체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야마 애널리스트는 소니가 적어도 몇 년간은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5년 후는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니는 애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미지 센서를 샤오미 등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미지 센서는 소니에게 새로운 성장 분야가 될 수 있는 자동운전 기술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