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표현물 소지죄' 11년 만에 위헌날까…헌재, 30일 선고

입력 2015-04-2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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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메일 한글 파일로 소위 '이적 표현물'이라고 불리는 '한총련 총노선 초안'을 소지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았다. A씨는 파일을 소지하고 있었을 뿐, 타인에게 유포하지 않았지만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30일 오후 2시 '국가보안법상 소지죄' 규정에 대해 위헌여부를 결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헌재는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해 2건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과 8건의 헌법소원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이, 헌법소원은 일반 국민이 당사자가 낸다.

A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3월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될 여지가 있으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최근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종(55) 씨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 조항을 적용해 추가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본적으로 이적 표현물 소지를 처벌하는 규정은 이 법 7조 5항이다. 하지만 소지만으로 바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소지자에게 1항에서 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같은 조문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도 헌법소원이 제기돼 이번에 함께 심판을 받게 된다.

헌재는 국가보안법이 개정된 이후 이 조항에 대해 총 5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내렸다. 가장 최근은 2004년 8월로,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과 5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이적표현물 소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안전 등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목적에 제한하고 있고, 단순한 학문연구나 순수 예술활동의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보관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 또는 사상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소지자가 인식해야 하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을 알면서'의 개념이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소지죄라는 것은 서적의 존재 자체, 또 그 서적에 담긴 사상의 존재 자체를 불법화하는 것인데 '불법서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표현의 자유 보호 원리인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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