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 미군정에 저항했던 '대구 10월 사건'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월 사건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아들 정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1,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10월 사건은 1946년 미군정의 친일관리 고용, 식량정책 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이들을 공산당원으로 간주해 총격을 가하는 등 강제진압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국가는 정씨의 부친이 희생자라는 점이 불명확하고, 희생자라고 하더라도 이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5년 동안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청구권이 소멸한다.
그러나1심 재판부는 "과거사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했다면, 국가는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줬다고 봐야 한다"며 정씨에게 1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정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가가 과거사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해놓고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씨의 부친에 대해서는 과거사위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지 않았고, 과거사위가 정씨의 부친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다고 볼만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