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해외 진출, ‘장밋빛’ 보단 ‘위기’에 대비해야

입력 2015-04-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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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귀 금융시장부 기자

올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역대 최고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지난해 말 기준 1% 중·후반대로 떨어져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해외 진출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수익률(ROA)은 2011년 1.19%에서 2012년 0.96%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투자한 만큼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해외 지점장 출신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돈 못 벌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국내은행의 자금조달 금리가 현지 은행이나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보다 나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프레드(가산금리) 경쟁력에서 현지 은행에 뒤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과거보다 크게 올라 한국 기업으로서는 국내 은행을 통하기보다 현지에서 자체 조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만큼, 한국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도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이 로컬(지역) 은행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이미 한국 사례에서도 입증됐다. HSBC은행은 지난 1984년 부산지점을 시작으로 국내 소매금융 영업을 시작했다. 한때 제일·서울·한미·외환 등 국내 시중은행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HSBC는 지난해 7월 국내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하고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해 만든 하나HSBC생명보험에 투자한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HSBC은행이 국내에서 거둔 순이익은 지난 2009년 3261억원, 2010년 2935억원, 2011년 2135억원, 2012년 1874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국내 은행도 해외 진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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