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성완종 리스트’와 4·29재보선

입력 2015-04-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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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완종 리스트’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지금 당장 그 진실을 알 수는 없어도, 최소한 국민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성완종 리스트에서 거론되는 인물들이 이른바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충격이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사례를 비춰 볼 때 이런 주장은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대형사고가 터지더라도, 석 달 정도 지나면 망각되기 일쑤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고 판단되지만, 최소한 이달 말에 있을 재보궐선거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판세를 보자면, 이번 재보선이 치러지는 네 곳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정권에 든 지역은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재보선 지역은 대부분 야당 강세지역임에도 야당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재보선 양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거 분석에 입각한 판세 분석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런 주장들이 있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여당과 야당의 지지층들이 각기 응집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번 사건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견해는 이번 사건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상황에선 여당이 당연히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런 기존의 분석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 즉, 이번 사건이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기존의 주장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주장들은 이번 선거가 총선이라면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총선이 아니라 평일 날 치러지는 재보선이다. 그래서 좀 다르게 분석해야 한다. 본래 재보선은 투표율이 상당히 낮다. 물론 격전지라 꼽히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지역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격전지는 재보선이라도 투표율이 40%를 훨씬 상회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 조직표의 영향력이 줄어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런데 성완종 리스트는 이번 재보선을 한순간에 덮어버렸다. 재보선을 덮어버렸으니,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성완종 리스트에만 관심이 갈 뿐 격전지고 뭐고 관심을 두기 힘들다. 그리고 재보선에 쏠리는 유권자들의 관심만 줄어든 게 아니다. 성완종 리스트 지체가 정치에 대한 염증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완결돼야 진실을 알 수 있겠지만, 일단 국민들의 입장에선 정치권력과 돈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에 대한 염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염증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마디로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역부족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적 염증에서 파생되는 정치적 무관심 속에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투표율은 떨어질 것이고, 투표율이 떨어지면 재보선 실시지역에서 누가 조직력이 강한가에 의해 결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될 경우 재보선 때마다 나오는 대표성 문제가 또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이번 재보선은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치러질 것 같다. 그런데 이럴수록 유권자는 보다 냉정히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즉, 지금 정치판에서 나오는 논란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선거를 귀중하게 생각하고, 유권자로서 자신의 책임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로 누가 억울한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을 항상 덮고 있는 갖가지 의혹의 그림자를 유권자 스스로가 걷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선거의 중요성은 항상 인지해야 한다. 유권자의 의식이 우리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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