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금지 필요하지만 형사처벌이라는 수단 적절하지 않아"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라도 모든 것을 처벌할 수는 없고, 국가가 형벌로써만 국민을 도덕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절대 바람직하지도 않다.'
2013년 오원찬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서 인용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일부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현행법은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해 제공자와 매수자 구분없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40대 여성 김모 씨가 재판에 넘겨지면서부터다. 김씨의 변호인은 성매매 처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오 판사가 성매매 금지 필요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오 판사는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리면서 "현재 만연한 성매매 행위의 강요·착취 등 행위를 근절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 경위를 감안하면 성매매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자 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다만 형사처벌로 이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형벌권의 개입은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이 수단이 적절냐는 것이다.
성매매를 단속하는 법률이 시행될 때마다 당국의 단속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실제 처벌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는 게 오 판사의 견해였다. 오 판사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성매매산업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고, 음성적 성매매업이 증가해 왔다"며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률조항이 어떠한 목적을 실제로 이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자료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판사는 오히려 형사처벌 규정이 성매매를 음성적으로 만들고, 이로 인한 폐해가 크다고 봤다. 오 판사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서 "성매매 여성은 처벌받지 않기 위해 국가의 법집행으로부터 보호해줄 세력, 예컨대 포주나 폭력조직 등에 의존하게 됐다"며 "성매매 여성은 자신에 대한 처벌 우려 때문에 성 착취자를 고소하거나,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없어 결국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형사처벌은 성 착취 환경의 고착화라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