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고인(故人)과의 인연이나, 두 나라가 최근 50년 동안 걸어온 비슷한 과정을 볼 때 박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문할 가능성도 높아 잘하면 ‘한·중·일’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일 수도 있겠다. 북한도 박봉주 내각총리가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인 리콴유 각하가 애석하게 서거했다는 슬픈 소식에 접해 그를 비롯한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앞으로 보낸 것으로 봐 영결식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 만남 또한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리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 참석과 관련해 언론과 방송에서 참석, 참여, 참가 등 표현이 달라 혼란을 일으켰다. 세 단어 모두 모임이나 일에 관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생김새와 의미가 비슷해 이것저것 섞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용례에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해 써야 한다. 먼저 참석은 어떤 모임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비교적 구체적이고 친밀한 모임에 함께하는 것이다. ‘자리 석(席)’자를 쓴 만큼 분위기가 정적(靜的)이고 정돈된 느낌이 든다. 참가는 참석보다 규모가 크고 움직임이 활발한 동적 형태(전쟁, 경기 대회 등)의 모임에 더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참여는 사회 참여, 현실 참여, 경영 참여 등의 용례처럼 추상적 형태의 활동까지 포함한다. 즉,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직접 관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직접 토론에 끼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면 ‘토론에 참여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토론장에 가서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본 경우라면 ‘토론에 참석했다’가 맞는 표현이다. 즉 참여는 참석이나 참가보다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행태에 쓰인다. 따라서 이번 리 전 총리 영결식의 경우 진행 과정에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니므로 ‘참석하다’라는 표현이 올바르다.
미국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향해 “동남아의 작은 히틀러”라고 독설을 날렸다. 무단횡단 50달러(이하 싱가포르화), 쓰레기 투기·침 뱉기·금연지역에서의 흡연 1000달러 등 과중한 벌금과 태형(죄인의 볼기를 작은 형장(刑杖)으로 치던 형벌) 등을 매긴 데다 30년 이상 장기집권을 한 까닭이다. 어디 그뿐이가. 사회정화를 위해 깡패와 매춘을 단속했고, 공무원의 부정은 아무리 사소한 일도 용납치 않았다. 그 결과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내쫓기다시피 독립했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겨우 500달러였던 싱가포르는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은 2009년 3만7293달러, 세계 178개국 중 부패인식지수(청렴도) 1위 국가로 급성장했다.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며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나라로도 손꼽힌다. 우리 발전 과정과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간절히 바란다. 박 대통령이 이번 조문을 통해 나이(1952년생)와 대학 전공(전자공학)까지 같은, 이 세상에서 단 한 명 같은 처지에 있는 리셴룽 총리가 아버지 리콴유의 오류와 부정적 유산들을 어떻게 극복하려 하는지 반드시 살펴보고 돌아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