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김영란법’] 공포도 하기 전에 공포에 떠는 자 누구인가

입력 2015-03-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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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시행… 언론•변협•교육계 “입법 취지 벗어나” 반발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부정청탁 및 금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가결했다. 이 법은 2012년 8월 16일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주도로 성안해 국회에 제출된 지 929일 만에 공식적으로 법제화됐다.

◇‘김영란법’은 무엇인가 =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본인이 직무와 관련 없이 100만원 이하를 받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받을 경우 형사처벌된다.

당초 정무위는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될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포함되는 ‘민법상 가족’으로 정했으나 논란 끝에 ‘배우자’로 한정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했다.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1년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법안을 둘러싼 온도차=김영란법이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사학 임직원까지 포함하면서 대상자들은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기자협회는 김영란법이 통과된 직후 성명을 내고 “김영란법이 본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민간영역의 언론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데 거듭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단속하기 위해 만든 법률로 기자를 한묶음으로 규율할 경우 언론탄압에 활용되거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규제 대상에 언론사를 포함시킨 김영란법 제2조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이유로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냈다.

교육계에도 파장이 거세다. 사회적으로 교육계를 부정의 온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김영란법의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란법을 그대로 공포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재의 요구만이 법률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절차”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이번 법 제정이 부정청탁과 접대, 로비문화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투명성기구도 성명을 통해 “김영란법 제정을 통해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청렴성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던 우리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환영 분위기는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한 결과, 응답자의 64.0%는 김영란법 통과에 ‘잘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7.3%에 불과했고, ‘잘 모름’은 28.7%였다.

◇여전한 논란과 문제점 =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른바 배우자의 ‘불고지죄’ 조항이다. 법안은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했으면 배우자를 반드시 신고토록 했다. 그러나 형법은 죄를 지은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사람이 범인의 친족이나 가족이면 범인은닉죄로 처벌하지 못해 김영란법의 불고지죄 조항과 정면 충돌한다.

‘이중처벌’ 및 ‘반쪽 처벌’ 문제도 제기된다.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형법상 뇌물수수죄에도 해당되고 김영란법에 의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도 받게 돼 이중처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 김영란법에는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금품을 제공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법 적용 대상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대폭 축소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형제자매나 자녀 등을 통한 ‘우회적 금품 로비’를 차단하려던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형평성 논란도 거세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원안에서 모든 언론사와 사립학교 교원까지 대상을 확대했으면서도 부정청탁 금지대상에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예외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위원장은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브로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브로커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가 정부에 압력을 넣고 부정청탁을 받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도 제외한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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