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 운용사 ‘H&Q코리아’ 등, 일동제약 대주주 측에 백기사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일동제약과 녹십자간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재점화된 가운데, 오는 20일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피델리티 펀드’가 일동제약 보유 지분 1% 가량(의결권 기준)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회사인 ‘H&Q코리아’가 일동제약의 ‘백기사(기업의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들에 우호적인 주주)’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Q코리아는 일동제약 지분을 매입,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일동제약 측과 협의 중이다. 장외 지분 매입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H&Q코리아 외에도 여러 PEF 운용사가 일동제약 대주주 측에 백기사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지분율 32.52%)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29.36%)의 지분 차이는 3.16%P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는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이 제한,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1.8%P 차이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 펀드와 기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피델리티 펀드의 지분이 최근 소폭 축소된 게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동제약과 녹십자 간의 지분 차이가 얼마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피델리티 측의 지분 축소로 인해 일동제약이 유리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초 피델리티 측이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며 녹십자의 손을 들어준 걸로 볼 때, 녹십자 측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점쳐지는 피델리티 측의 지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총을 일주일도 채 안남겨놓은 상황에서 일동제약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녹십자가 아닌 현 경영진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정기 주총에서의 표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일동제약이 PEF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경우, 주총에서의 표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녹십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